INTERVIEW제이켠 ↗

제이켠, 허클베리피, 디보 - 결국 남는 건 MC

“성공도 실패도 아니고, 그냥 과정 중에 있는 거죠.” 한때 ‘정통 힙합’이라는 말은 장르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일종의 기준처럼 쓰였다. 2026년의 힙합에서 그 표현은 조금 낡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붐뱁 비트 위에 세 명의 래퍼가 각자의 시간을 꺼내놓는 순간, 오래됐다는 말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제이켠(J’Kyun)의 새 싱글 〈MC〉에는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와 디보(Dbo)가 함께했다. 활동 시기도, 스타일도, 힙합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른 세 사람이지만, 노래 안에서는 묘하게 하나의 시간처럼 이어진다. 회사를 다니며 다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던 제이켠, 여전히 라임이라는 힙합의 오래된 규칙 안에서 노는 허클베리피, 그리고 자신의 방식으로 그 이전 세대에 대한 존중을 드러낸 디보. 세 사람에게 〈MC〉의 시작과 ‘살아남는다는 것’, 실패, 커리어의 다음 장, 그리고 여전히 힙합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제이켠 인터뷰

Hip-Hop · Rap

01 그냥 올드 스쿨하게, 제목을 ‘MC’라고 지었어요

Q. 먼저 〈MC〉라는 제목은 언제 정해졌어요?

제이켠 : 곡 자체는 꽤 오래전에 만들었어요. 한 1년 전?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였죠. 회사원으로서의 삶과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의 삶 사이에 괴리랄까, 갭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던 시기였어요. 처음부터 ‘MC’라는 제목을 정해놓고 만든 건 아니에요. 훅을 만들다 보니까 ‘킬러 MC’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곡 자체도 워낙 붐뱁 스타일이잖아요. 예전에 흔히 말하던 ‘정통 힙합’ 같은 느낌도 있고. 그래서 그냥 올드 스쿨하게 제목을 〈MC〉라고 지었어요.

02 가사에 서로를 향한 리스펙을 담았어요

Q. 세 분의 벌스가 하나의 세대 이야기처럼 이어지는데, 처음부터 의도하신 구성인가요?

제이켠: 전혀요. 그런데 두 사람은 곡을 들었을 때 거의 바로 떠올랐어요. 곡을 들으면 피처링할 사람이 바로 생각날 때가 있고 한참 고민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 곡은 듣자마자 두 사람이 떠올랐어요. 허클베리피 : 저는 피처링할 때 그런 걸 찾는 게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제이켠의 곡에 참여한다고 하면 제이켠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제가 인상 깊게 들었던 지점이 뭔지 생각하는 거죠. 앨범 제목일 수도 있고, 예전 가사일 수도 있고요. 그런 걸 제 가사에 집어넣고 라이밍으로 연결하는 게 저한테는 일종의 리스펙이에요. 듣는 분들에게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디보가 그걸 표현해준 게 조금 의외였어요. 저 역시 디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어느 정도 고정관념이 있었던 거죠. 평소 음악 스타일을 보면 전 세대에 대한 유대감이나 리스펙을 음악 안에서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타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당연히 그런 마음은 있었겠지만. 그런데 첫 구절부터 ‘RE BIRTHDAY’로 딱 치고 들어오는 걸 보면서 ‘아, 제이켠의 선구안이 대단했구나’ 싶었어요. 정말 좋았습니다.

제이켠 인터뷰 1
제이켠, 허클베리피, 디보. 싱글 〈MC〉를 통해 한자리에 모였다.김현지 · ARCHIVE ONLY · 2026
03 예전에는 혼자 만들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넓게 움직이고 싶어요

Q. 브이로그에서도 만들어둔 곡이 꽤 있다고 이야기했잖아요. 그중에서 지금 〈MC〉를 먼저 발표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이켠 : 예전에 작업할 때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어요.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옆에서 참여하고 도와준 친구들이 생겼어요. 앞으로는 조금 더 와이드 레인지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이 곡을 발표했고, 지금 준비되어 있는 다른 곡들도 여러 아티스트분들과 협업하는 방향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04 놀라운 피처링이 하나 있습니다

Q. 공개할 수 있는 스포일러도 있나요?

제이켠 : 놀라운 피처링이 하나 있습니다. 허클베리피 : 막 스눕독 이런 거 아니야? 이름만 들어도 부럽다. (웃음)

제이켠 인터뷰 2
래퍼 제이켠은 여전히 음악을 만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김현지 · ARCHIVE ONLY · 2026
05 헉피와 프레시맨을 붙이고 싶었는데, 결국 디보가 떠올랐어요

Q. 허클베리피와 디보를 한 곡에 함께 부르는 그림은 어떻게 떠올렸어요?

제이켠: 처음에는 헉피랑 먼저 한 곡을 하고, 거기에 프레시한 신인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예전 같으면 힙합엘이 같은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예전보다 줄어든 느낌이에요. 휘발되는 장난스러운 얘기가 많아져서 누군가를 제대로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그러다가 디보가 생각났어요. 사실 예전부터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던 아티스트였거든요. 그런데 이 비트는 디보가 평소에 할 법한 음악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래서 신선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들었을 때 ‘어? 이게 뭐지?’ 할 수 있는 조합. 그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06 더 늦기 전에 같이 뭔가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 처음 피처링을 부탁받았을 때는 어땠어요?

허클베리피 : 저는 당시 제이켠이 어떤 비트를 줬어도 아마 오케이했을 거예요. 물론 아티스트끼리 작업할 때는 친분과 상관없이 비트를 먼저 들어보는 게 당연하죠. 저도 “일단 들어볼게”라고는 했겠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이건 해야겠다’가 있었어요. 그 시기에 제이켠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 알고리즘을 타면서 화제가 됐었잖아요. 그걸 읽는데 동년배로서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저도 이제 우리에게 아티스트로서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느끼는 편이라서, 더 늦기 전에 같이 뭔가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비트까지 붐뱁이다? 그럼 무조건이죠. (웃음) 디보 : 저도 비슷했어요. 원래 서로 연락처는 있었고, 형한테 연락이 왔는데 저도 99.9%는 이미 ‘해야겠다’였어요. 그리고 곡을 듣자마자 “저 당연히 합니다” 했죠. 저는 실제로 중고등학교 때 제이켠 형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투 잡 허슬〉같은 노래를요. 그런 기억이 있으니까 가사도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07 제이켠은 예전부터 자기가 판을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Q. 두 분이 처음 제이켠을 알았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가장 달라 보이는 부분이 뭔가요?

허클베리피 : 제가 제이켠을 처음 본 게 아마 ‘Zero show’ 같은 기획 공연을 할 때였을 거예요. 당시 소울 커넥션 친구들이나 제이켠처럼 인기 있는 아티스트들이 메인으로 서고, 저도 같은 무대에 많이 섰던 것 같아요. 그때 제이켠의 인기가 정말 어마어마했죠. 그런데 인기와 별개로 제가 인상 깊었던 건 직접 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었어요. 뮤직비디오나 영상 같은 걸 자기가 직접 발 벗고 나서서 연출하고 기획했어요. 저는 정말 랩밖에 할 줄 몰랐거든요. 기획력은 거의 0에 가까운 사람이라 ‘저 친구는 무슨 수완이 있어서 저렇게 다 해내지?’ 싶었어요. 동년배로서 멋있었죠. 그리고 그 당시 우리 세대에게 빅딜에 들어간다는 건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었어요. 제이켠이 드래곤 에이티(Dragon A.T)와 함께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멋있다고 생각했고요. 사적으로 대화를 많이 나눌 기회는 없었어요. 뒤풀이에서 한두 번 정도? 오히려 최근에 제이켠이 쓴 글을 보면서 내적 친밀감이 생겼어요. 오랫동안 음악 한 사람들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때 겪는 애환 같은 게 너무 고스란히 느껴지더라고요. ‘언젠가 커피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했는데 마침 피처링 제안이 왔죠. 제이켠 : 나는 헉피의 첫 기억이 정확히 있어. 상구(딥플로우)가 우리 셋을 앉혀놓고 빅딜 같이 하자고 했을 때였어. 헉피한테는 “생각 좀 해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나한테는 “아, 그냥 해” 이래서 “알았어” 했던 기억이 있어. (웃음) 허클베리피 : 당시 데드피 형이 물망에 올려놓은 동년배 아티스트들이 제이켠, 드래곤 에이티, 저였어요. 빅딜에 들어가는 건 분명 영광이고 상징적인 일이었는데, 저는 제이켠, 딥플로우, 데드피, 드래곤 에이티 옆에 제가 서 있는 그림이 잘 안 그려졌어요. 그때 저는 피노다인 활동에 집중하고 있었고, 피노다인은 힙합에만 한정하기보다는 흑인음악 범주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팀이었거든요. 반면 빅딜은 하드코어 힙합의 심볼 같은 곳이었고요. 그래서 제가 들어가는 게 좋은 그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고사했죠.

제이켠 인터뷰 3
허클베리피. 오랜 시간 힙합을 이어온 래퍼가 생각하는 클래식의 의미.김현지 · ARCHIVE ONLY · 2026
08 디보를 보고 ‘이게 넥스트다’라고 생각했어요

Q. 제이켠님 기억하는 디보의 첫인상이 궁금해요.

제이켠: 나는 디보 첫인상도 정확해. 이거 얘기해도 되나? 디보 : 뭐요? 제이켠 : 처음 디보〈엄청나〉영상을 봤을 때 진짜 충격을 받았어요. ‘와, 이게 넥스트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완전히 ‘I Don't Give a Fuck 디보’였잖아. 디보 : 그렇죠. (웃음) 제이켠 : 비디오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나는 죽어도 이렇게 못 하는데 얘는 뭔가 하겠다’ 싶었어요. 그때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거야? 하이가 되어 있었나 싶었다니까. (웃음) 디보 : 그럴 수도 있죠. 당시 프리스타일 펀치인으로 거의 10분 만에 나온 곡이에요. 그때 상태가 그랬나 봐요. 제이켠 : 나는 그 훅은 지금 다시 들어도 대단할 것 같아.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는데 이상하게 너무 세요. 한번 꼭 들어보세요. 디보 : 저는 제이켠 형을 뮤직비디오랑 〈투 잡 허슬〉 같은 곡을 들으면서 알게 됐어요. 그때 스무스하고 잘생긴 랩 스웨그가 독보적이었어요. 나중에 직접 만나보니까 에너지가 굉장히 좋았고요. 합정 지나가다가 형이 빨간 곳에서 뮤직비디오 찍고 디렉팅하고 있는 걸 본 적도 있어요. 저는 제이켠 형을 되게 험블한 허슬러라고 봤어요.

09 헉피 형은 제게 인디펜던트 콘서트의 롤모델이었어요

Q. 디보가 기억하는 허클베리피의 첫인상은 기억이 나실까요?

디보 : 헉피 형은 처음 마이크 스웨거에서 보고 ‘미쳤다’ 싶었어요. 그 뒤로 유튜브 영상도 거의 다 찾아봤고요. 그러다 무브홀에서 했던 ‘분신 5’를 보러 갔어요. 저는 그런 광경을 처음 봤거든요. 랩도 너무 잘하는데 관객들이 전곡을 다 떼창해요. 사랑, 좋은 에너지, 퍼포먼스, 표정 같은 것도 다채롭고. 방송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기 음악만으로 무브홀을 채우고, 나중에는 올림픽홀이나 악스홀까지 갔잖아요. 저한테는 인디펜던트 콘서트의 롤모델이자 희망 같은 존재예요. 허클베리피 : 디보한테 이런 리스펙을 들으니까 기분 좋은 게 있어요. 저는 이상하게 동생들을 조금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최근 헨즈 대기실에서 디보를 만났는데, 얘가 먼저 와서 분신 갔던 이야기부터 거기서 어떤 에너지를 받았는지까지 열변을 토하더라고요. 보자마자 분신 이야기를 그렇게 한 뮤지션이 디보랑 스윙스 딱 두 명이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디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제가 갖고 있던 편견도 많이 사라졌죠.

10 음악이 완전히 취미가 되니까 오히려 더 잘 만들어졌어요

Q. 회사에서 ‘김 대리’로 지내면서, 음악만 할 때는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적도 있나요?

제이켠 : 회사 다닐 때는 음악이 완전히 취미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음악과 멀어졌다고도 생각했고요. 그런데 제가 원래 게임도 안 하고 술자리나 파티도 거의 안 가거든요. 그러니까 퇴근하면 할 수 있는 게 음악 만드는 것밖에 없는 거예요.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만들기 시작했어요. 재미있는 건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더 잘되더라고요.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거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 없이 만들게 됐으니까. 〈MC〉에도 그때의 에너지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11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어요

Q. 회사 브이로그는 기존 힙합 팬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처음부터 그런 대중을 의식해서 만든 콘텐츠였나요?

제이켠 : 전혀 아니에요. 퇴사하고 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어요. 그래서 ‘저 구직 중입니다.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같은 식으로 패러디 영상을 만들었죠. 영상 이력서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갑자기 터져버린 거예요. 제 입장에서는 아직도 믿기지 않고 얼떨떨해요. 허클베리피 : 제이켠 본인은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대가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누군가 완성되어 있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살아가고, 실패하고,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데 반응하잖아요. 그런 시대적 요구와 제이켠의 행동이 맞아떨어진 거죠. 굉장히 영리하면서도 본능적인 행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켠 인터뷰 4
제이켠. 성공과 실패를 지나 자신만의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다.김현지 · ARCHIVE ONLY · 2026
12 내가 한 음악이 사회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

Q. 스스로를 ‘실패한 래퍼’라고 느꼈던 시기에는 어떤 기준으로 자신을 실패했다고 판단했던 건가요?

제이켠 : 〈쇼미더머니 11〉이 끝난 뒤였어요. 수입은 하나도 없고 행사도 안 들어오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쿠팡 알바도 뛰어보고, 정기적인 직장을 구해야겠다 싶어서 이력서를 65군데 정도 넣었어요. 그런데 단 한 군데에서도 연락이 안 왔어요. 그때 정말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음악이라는 게 사회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전히 실패했구나.’

13 성공도 실패도 아니고 그냥 과정 중에 있는 거죠

Q. 지금은 그때와 생각이 달라졌나요?

제이켠 : 지금은 성공도 실패도 아니고 그냥 과정 중에 있다는 생각이에요. 내가 지금 밑바닥이라고 생각해도 사실 지하실이 지하 7층, 지하 10층까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걸 항상 대비하면서 살다 보니까 오히려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허클베리피 : 저는 이 이야기에 진짜 공감해요. 인터뷰 질문지를 받았을 때도 이 질문을 보고 조금 가슴이 아팠어요. <점>이란 앨범에서 얘기했듯 모든 건 과정이고 하나의 챕터일 뿐이지, 저는 그걸 절대 실패라고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이켠이 가장 빛났던 시기를 보면서 자라난 키즈들이 분명히 있고, 지금 디보가 제이켠의 예전 앨범인 ‘RE BIRTHDAY’를 자기 가사에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증거잖아요. 저도 나이가 들수록 다이나믹 듀오나 에픽하이처럼 아주 오랫동안 자기 일을 잘 이어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 큰 리스펙을 느끼게 돼요. 디보 : 어떻게 보면 실패도 도전해본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네요. 제이켠: (웃음) 허클베리피 : 와, 그거 명언인데요? (웃음)

14 Only the Strong Survive “사실 그 라인은 그냥 라임 맞추려고 썼어요”

Q. 세 분에게 지금 ‘살아남은 래퍼’, 혹은 가사에 나오는 ‘Only the strong survive’는 어떤 의미인가요?

허클베리피 : 일단 ‘Only the strong survive’라는 라인은 죄송한데 진짜 아무 의미 없이 썼어요. (웃음) 제이켠이 앞에서 ‘Oh so what?’으로 끝냈잖아요. 그냥 ‘Oh so what?’이랑 라임을 맞추려고 찾다가 나온 거예요. 저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듣는 사람들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거죠. 제이켠 : 저는 그게 창작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모든 걸 설명하지 않아도 팬들이 듣고 각자의 의미를 채우고, 또 그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소문내잖아요. 그런 과정 자체가 너무 좋아요. 허클베리피 : 그리고 몇 년 사이에 힙합이라는 장르를 향해서 ‘가사가 어쩌고’, ‘힙합이 어쩌고’ 공격하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이제는 그런 말들이 좀 지겨워졌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점점 뇌를 빼고 써요. 라임이라는 규칙 안에서 그냥 노는 거죠. 그런데 20년 가까이 계속 해왔으니까 그렇게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메시지가 모이고 결국 하나의 곡이 돼요. 개인적으로 힙합에서 지켜야 하는 단 하나의 암묵적인 룰을 꼽으라면 저는 여전히 라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디보 : 저는 음악으로 지금까지 먹고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예전처럼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음악으로 살아남아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제이켠 형이 자기 약한 모습까지 솔직하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보면서 저 역시 겸손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많이 배워요. 허클베리피 : 자기의 약한 모습을 숨김없이 공개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예요. 저는 제 성격상 영원히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노스페이스갓이나 제이켠처럼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고 멋있다고 느껴요. 제이켠은 진짜 끊임없이 뭔가를 기획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에요. 슈퍼 허슬러죠.

제이켠 인터뷰 5
디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배 세대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다.김현지 · ARCHIVE ONLY · 2026
15 <MC> 는 마지막 정규 앨범의 한 피스예요

Q. 회사에 다니던 시기에 만든 〈Talk Less, Do More 1.0〉과 〈MC〉는 작업할 때 어떤 차이가 있었어요?

제이켠 : 〈Talk Less, Do More 1.0〉은 그동안 쌓아놓은 곡들을 한번 푼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믹스테이프적인 성격이었죠. 반면 〈MC〉는 처음부터 내년에 낼 마지막 정규 앨범 안에 들어갈 하나의 피스라고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에요.

16 랩을 잘하는 사람과 MC

Q. 세 분이 생각하는 ‘랩 잘하는 사람’과 ‘MC’ 사이에는 차이가 있나요?

허클베리피 : 저는 전혀 없어요. 요즘 시대에 래퍼와 MC를 굳이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조금 올드패션하다고 생각해요. 디보 : 저는 약간 차이가 있다고 봐요. 단순히 랩을 잘하는 사람과, 삶 자체를 힙합적으로 살아가는 래퍼 혹은 MC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이켠 : 저도 랩을 잘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기만의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이 MC인 것 같아요. 20대 때는 굉장히 화려하고, 완벽하게 트레이닝되어 있고, 퍼포먼스를 잘하는 아이돌 래퍼를 보면 ‘와, 진짜 쩌는 래퍼다’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자기 골방에서 계속 어떤 시그널을 보내는 사람들이 더 멋있어요. 자기 방식대로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음악 장인들. 지금의 저는 그런 사람들이 진짜 음악인이라고 느껴요.

17 다음에는 셋이 EP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세 분이 다시 작업한다면 이번과는 완전히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요?

제이켠 : 저는 아예 셋이 EP를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는 제가 랩하는 비중은 조금 줄이고, 비트를 만들고 전체 프로듀싱과 브랜딩을 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퍼렐 윌리엄스처럼요. 제가 요즘 관심 있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허클베리피 : 디보가 가진 가사나 워드플레이를 이용해서 말장난 같은 걸 해봐도 재미있겠죠. 예전에 〈NEED MORE GAS〉를 할 때도 디보 훅을 듣자마자 제 첫 플로우가 나온 적이 있거든요. 저는 연출자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랩하는 것도 좋아해요. 트랩을 해도 좋고, 아니면 아예 옛날 한국 힙합 명곡을 리메이크하거나 샘플링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디보 : 저도 옛날 제이켠 형의 스웨그를 다시 보고 싶어요. 붐뱁을 지금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한 버전도 기대되고요.

제이켠 인터뷰 6
서로 다른 시간과 스타일을 지나온 세 래퍼가 〈MC〉로 만났다.김희정 · ARCHIVE ONLY · 2026
18 음악은 칫솔질 같은 거예요

Q. 현재 구직 활동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제이켠 : 계속 이력서도 넣고 있고 구직 중이에요. 그렇다고 음악을 그만두는 건 아니에요. 저한테 음악은 이제 칫솔질 같은 거거든요. ‘오늘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 삶 안에 있는 행동이에요. 그래서 계속할 거고요. 음악과 별개로 해외 영업이든 다른 일이든 사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계속 찾을 생각이에요. 허클베리피 : 저는 거대한 플랜은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예요.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내년 11월 이후에 하게 될 ‘분신 10’ 정도? 지금 가지고 있는 유일한 큰 계획이에요. 디보 : 저는 계획이 다 있습니다. (웃음) 11월에 결혼도 하고요. 그전에 레이지 장르 신곡도 있고, 완성해놓은 앨범과 뮤직비디오들도 있어서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19 3집이 래퍼로서는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것 같아요

Q. 앨범 계획은 있으실까요?

제이켠 : 저는 내년에 3집 정규 앨범을 낼 생각이에요. 지금으로서는 래퍼 제이켠으로 내는 마지막 정규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뒤에는 프로듀서 쪽으로 조금씩 전환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mgk나 팝 록, ‘Sk8er Boi’ 같은 스타일로 만들어놓은 노래도 꽤 있어요. 예전에 더 콰이엇한테 한번 들려주고 물어본 적도 있는데 “그냥 잘하는 거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묻어놨습니다. (웃음)

20 클래식은 올드한 게 아니다

Q. 예전에는 어떤 아티스트를 좋아하셨고, 요즘은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

디보 : 저는 릴웨인을 좋아합니다. (웃음) 허클베리피 : 예전에는 JAY-Z, NAS, Method Man 같은 아티스트를 정말 좋아했죠. 최근에 제가 올드 스쿨 앨범을 만들면서는 Joey Valence & Brae, Rakim 같은 아티스트들도 들었고, 다시 Big Daddy Kane이나 Cypress Hill 같은 옛날 음악도 공부하면서 들었어요. 요즘은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90년대 올드 스쿨 패션 같은 걸 일부러 남기려고 해요. 그게 지금 제 즐거움이에요. 한국에서는 그걸 보고 ‘올드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클래식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온라인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거의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게임 모드로 즐기고 있어요.

제이켠 인터뷰 7
서로의 음악을 듣고, 기억하고, 가사에 담아내는 세 래퍼의 이야기.김희정 · ARCHIVE ONLY · 2026
21 마지막 앨범은 150~200장 정도 직접 만들어볼까 해요

Q. 피지컬 CD를 제작할 계획도 있나요?

허클베리피 : 전혀 없습니다. (웃음) 디보 : 저는 하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제이켠 : 저는 마지막 3집은 해보고 싶어요. 가내수공업 느낌으로 한 150장, 200장 정도만 한정판 CD를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22 리스펙이 있는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어요

Q. 마무리 전 새롭게 시작한 힙합 커뮤니티 ‘아카이브 온리’에도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제이켠 : 요즘 커뮤니티를 보면 조롱은 많은데 리스펙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아카이브 온리는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아티스트와 음악에 대한 리스펙이 있는 커뮤니티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허클베리피 : 서브컬처를 위해서 새로운 판을 깐다는 것 자체가 저는 박수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원대한 계획을 세워도 하다 보면 운명이 장난치는 순간들이 분명히 오잖아요. 그런 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래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디보 : 지금 가지고 계신 열정 잃지 않고 쭉 가셨으면 좋겠어요.

23 이제부터는 전부 보너스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제이켠 : 일단 컬처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누가 저한테 ‘올드하다’거나 어떤 비난을 하면 데미지를 입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알 바가 아니다’ 마인드로 살아요. 그냥 제 삶에 집중하려고 해요. 저뿐만 아니라 계속 자기 자리에서 음악을 만드는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많은 서포트를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허클베리피 : 저는 제 커리어의 프라임은 이미 다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전부 보너스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대에서 내려놓은 건 아니에요. 저를 무대에 올려놓으면 여전히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라이브와 무대를 보여드릴 자신이 있으니까 많이 불러주세요. (웃음) 디보 : 이런 귀한 자리에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아카이브 온리가 계속 뿌리를 내리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MC! 허클베리피 : 생각해보니까 제이켠이 싱글 하나로 정말 많은 걸 하고 있네요. 인터뷰도 하고, 콘텐츠도 만들고. 그걸 보면 ‘제이켠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카이브 온리에도 감사드립니다. 디보 : 제이켠 형의 활동 앞으로 활동 많이 기대해주세요. 제이켠·허클베리피·디보 : 아카이브 온리, 화이팅!

제이켠 인터뷰 8
〈MC〉를 둘러싼 이야기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세 사람과 나눈 대화의 기록.김희정 · ARCHIVE ONLY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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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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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켠

오랜 디스코그래피와 탄탄한 라이브로 자신의 시간을 증명해 온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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